므~ㅁㄱ 특수 교체

"나무"는 중세국어에서 특수교체 어간, 즉 "ᄋᆞᆫ/ᄂᆞᆫ, ᄋᆞᆯ/ᄅᆞᆯ, ᄋᆞ로" 등의 매개모음을 포함한 조사 앞에서는 "나ᇚ"이라는 형태로, "와/과, 도, 가" 등의 조사 앞 또는 단독형으로는 "나모"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기문(1962)에서는 "나무"의 선대형을 "*나ᄆᆞᆨ"으로 재구하였고, 휴지(休止)나 자음 앞에서 'ㄱ'이 탈락하여 '*나ᄆᆞ > 나모', 모음 앞에서는 'ㆍ'가 탈락하여 '나ᇚ'이 된 것으로 추정하였다.

"나ᇚ~나모"와 비슷한 형태로 특수교체되는 현상은 "너ᇚ-~너므-"같은 용언 어간에서도 보이는데, 비슷한 현상이니 아마 기원형도 같거나 유사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나ᇚ~나모"의 교체 양상과 "너ᇚ-~너므-"의 교체 양상에는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바로 조사 "ᄋᆞᆫ"과 어미 "-ㄴ"이 결합할 때이다.

  • 남기〮 (=i) / 나모도〮 (=two) / 남ᄀᆞᆫ〮 (=on)
  • 넘기〮- (-i-) / 너므다〮 (-ta) / 너믄 (-n)

이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우선 조사 'ᄋᆞᆫ'과 어미 '-ㄴ'이 다른 어떤 곳에서 차이를 보이는지를 생각해 보자. 한 가지는 'ㄹ'로 끝나는 어간 뒤에 결합하는 경우다. "ㄹ"로 끝나는 용언 어간 뒤에 "-ㄴ"이 결합할 경우, 'ㄹ'이 탈락한다 (예: ᄂᆞᆯ-[飛] + -ㄴ > *ᄂᆞᄅᆞᆫ / ᄂᆞᆫ). 그러나, "ㄹ"로 끝나는 체언 뒤에 조사 "-ᄋᆞᆫ"이 결합하는 경우에는 아무것도 탈락하지 않는다 (예: 날[日] + ᄋᆞᆫ > 나ᄅᆞᆫ / *난).

Martin (1996)에서는 앞의 사실을 근거로 어미 '-ㄴ'은 기원적으로 매개모음을 가지지 않았다고 추정하였다. 그럼 반대로 생각하면, 어미 "-ㄴ"과는 달리, 조사 "ᄋᆞᆫ"은 기원적으로 매개모음을 포함하고 있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날=ᄋᆞᆫ > 나ᄅᆞᆫ"과 같은 형태가 15세기까지 이어져 내려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본다는 말이다.

그러나 용언과 체언의 활용/곡용 양상이 다른 것은 이것 말고도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단정할 수는 없어 보인다1. 하지만 여기서는 근거가 부족한 대로 위의 가설을 채택하여 논지를 이어나가 보려고 한다.

위의 가설을 적용하여 "나ᇚ~나모"와 "너ᇚ-~너므-"의 기원형을 곡용/활용해 보면 아래와 같은 변화 과정이 도출된다.

              (1)         (2)
(ㄱ) *namok=ón (> *namokón) > namkón
(ㄴ) *nemuk-n   > nemun
(ㄷ) *nemuk-é  (> nemuké)   > nemké

여기서 (1)번 "*너믁-ㄴ > 너믄"의 변화는 이기문 선생님의 추측에서의 "휴지(休止)나 자음 앞에서 'ㄱ'이 탈락하"는 변화를 반영한 것이고, (2)번 "*나ᄆᆞᄀᆞᆫ > 남ᄀᆞᆫ"의 변화는 "모음 앞에서는 'ㆍ'가 탈락하"는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즉, 조사 "ᄋᆞᆫ"과 어미 "-ㄴ"의 매개모음의 유무의 차이로 '남ᄀᆞᆫ〮'과 '너믄'의 형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형태가 있다. 바로 15세기의 "너ᇚ-~너므- + -(으)시- > 너므시- LLH"이다. 선어말어미 "-(으)시-"의 매개모음은 다른 어미에 나타나는 매개모음과 그 성질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그 기원형에 매개모음이 포함되어 있다고 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위에서 조사 "ᄋᆞᆫ"의 기원형에 매개모음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가정한 이유와 동일하다. 즉, "ᄂᆞᆯ-"과 같은 ㄹ 말음 어간에 "-ㄴ", "-다", "-ᅀᆞᆸ-" 등의 치조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결합할 때, 'ㄹ'이 탈락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유일한 예외로서 '-(으)시-'만이 "ᄂᆞᆯ- + -(으)시- > ᄂᆞᄅᆞ시-"와 같이 ㄹ탈락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평성 어간 뒤에 '-으시-'가 결합할 때, 매개모음 '으'의 성조가 평성으로 나타난다는 점도 그 근거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매개모음이 나중에 발달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ㄴ, -ㄹ"과 같은 어미들은 모두 매개모음의 성조가 거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1)          (2)
*nemuk-usí- > *nemukusí- > *nemkusí-

위와 같이 '-(으)시-'의 기원형을 '*-으시-'로 가정하고 이전의 변화 과정을 똑같이 대입하여 보면, '*넘그시-'라는 15세기에 발견되지 않는 어형이 도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으시-'는 모음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이기문 선생님이 말한 ㄱ탈락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해결 방법은 있다. 김성규(2011)에서는 유동적 거성 어간의 어간 교체 양상에 따라 어미를 강어미와 약어미로 분류했는데, "-(으)시-"가 강어미에 속하는 선어말어미라는 점을 바탕으로 용언 어간에서 문법화된 것일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고대 국어에서 '*nemuk-'은 '어간형 부사'와 같은 형태가 되고, 그 뒤에 가상의 조동사 '*usi-'가 따라와, 둘 사이에 어절 경계 (=休止)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1)            (3)
*nemuk-∅ # *usí- > nemu # *usí- > nemusí

위와 같이 (1)번의 "휴지(休止)나 자음 앞에서 'ㄱ'이 탈락하"는 변화가 완료된 이후에 (3)번 과정을 통해 "*-으시-"가 완전히 어미화되어 앞 용언과 하나의 어절을 이룬 것으로 '너므시-'의 형태를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nemuk-∅"와 같은 형태가 생산적이던 이전 단계에서 화석화된 '어간형 부사'들이 15세기에 상당수 남아 있다. 이 중 상당수가 특수 어간 교체를 하는 용언과 동원어로 보이는데, 몇 개만 예를 들자면, '너므', 'ᄇᆡ브르', '도ᄅᆞ', '그르' 등이 그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너믁, *ᄇᆡ브륵, *도ᄅᆞᆨ, *그륵'에서 "휴지(休止) 앞에서 'ㄱ'이 탈락하"는 변화를 겪은 것으로 생각된다.

"-(으)시-" 앞에 어절 경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근거는 하나 더 있다. 유동적 상성 어간 "길- R!"은 자음 어미 (-다, -거-, -ᄂᆞ- 등)과 결합할 때는 상성 '길〯-"이 되고, 매개모음을 비롯한 모음 어미 (-(으)ㄴ, -아/어, -오/우- 등)과 결합할 때는 평성 "길-"이 되는데, 유독 '-(으)시-'와 결합할 때만은 자음 어미와 같이 상성 '길〯-'이 되어 '기〯르시-'와 같은 형태로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르시-'가 원래 '*길〯 # *으시〮-' 형태의 "(어간형 부사) + (조동사)" 구성이었다는 근거가 된다. 실제로 유동적 상성 어간이 '어간형 부사'가 될 때, '덜- R!' > '덜 R'과 같이 상성으로 실현되기 때문이다.

암〮ㅎ

위에서 논의한 내용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예가 하나 존재한다. 바로 '암〮ㅎ'[女]이다. Jeon(2024)의 논증에 따르면, '암〮ㅎ'은 선대형 '*아〮ᄆᆞᆨ'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2)
*ámok=i > *ámki

그런데 위와 같이 '*아ᄆᆞᆨ'에 위의 변화 과정을 그대로 적용하면 '남기〮'와 평행하게 주격형으로 '*암〮기'가 도출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암〮히'만이 발견될 뿐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나ᇚ~나모'를 비롯한 모든 '므~ㅁㄱ' 특수 교체 어간은 평성인 반면, '암〮ㅎ'은 거성으로 성조에서 차이가 난다. 즉, 이 차이는 성조와 관련된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15세기 국어에서는 음절말 '-ㅎ'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단독형으로는 '암'이 되었다), '암ㅎ # 가히 > 암카히'이라는 어형을 볼 때, 아마도 '암카히'라는 합성어가 형성될 때는 어절 경계 앞에서도 'ㅎ'이 발음되어 '암〮ㅎ'와 같은 어형이 존재하던 것으로 추측된다. 즉, '*나ᄆᆞᆨ > *나ᄆᆞ'와 같은 (1)번 규칙은 평성 어간에서만 적용되는 변화로 수정하고, 거성 이후의 환경에서는 뒤 환경에 관계없이 "'ㄱ > ㅎ'의 변화가 발생한다"라는 새로운 (1')번 규칙이 추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     (2)
*ámok=i > ámohi  > ámhi
*ámok # > ámoh # > ámh # > ám #

지금까지 도출한 통시적 음운 변화 규칙을 다듬어 순차적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2

(1)  k > ∅ / [+minimal, -accent] _ [-vowel]
(1') k > h / [+minimal, +accent] _

(2) [+minimal, -accent] > ∅ / [+consonant, +voiced] _ C V

느~ㄴㄱ 특수 교체

앞에서 논의한 규칙을 그대로 적용하여 느~ㄴㄱ 특수 교체를 하는 체언 '녀느~녀ᇅ'의 변화 과정도 설명할 수 있다.

       (1)         (2)
*nyenuk > nyenu
        > *nyenuk=í > nyenkí

'안〮ㅎ'[內]과 같은 형태는 선대형을 알기 어렵지만, 만약 '암〮ㅎ'과 같이 '*ánok'에서 왔다면, 성조 차이로 인해 특수 교체를 하는 어간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     (2)
*ánok=i > ánohi  > ánhi
*ánok # > ánoh # > ánh # > án #

르~ㄹㅇ 특수 교체

위에서 논의한 내용을 이번에는 르~ㄹㅇ 특수 교체에 한번 적용해 보자. 여기서의 재구 체계를 따르면 '길ㅇ-~기르-'과 같이 특수교체를 하는 용언은 '너ᇚ-너므-'와 매우 유사하지만, 'ㄱ'에서 음가있는 'ㅇ'으로 추가적인 약화를 경험한 것만 다르다. '놀ㅇ~노로'와 같은 체언도 '나ᇚ~나모'와 평행한 변화를 겪었지만, 마찬가지로 'ㄱ > ㅇ' 변화가 추가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만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1)             (2)        (4)
(ㄱ) *kiluk-n         > kilun
(ㄴ) *kiluk-é        (> *kiluké)      > *kilké  > kilGe
(ㄷ) *kiluk-∅ # *usí- > *kilu # *usí- > kilusí-

(ㄹ) *nwolok #        > *nwolo [> nwolwo]
(ㅁ) *nwolok=i       (> *nwoloki)     > *nwolki > nwolGi

위와 같이, 추가로 (4)번 규칙 (ㄹ 과 모음 사이의 k > G 변화)만 상정하면, 지금까지의 논의를 그대로 적용하여 르~ㄹㅇ 특수교체 용언과 체언의 변화과정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 추가된 규칙은 중세국어 활용에서 "길- + -거든 > 길어든"과 같이 공시적 규칙으로도 나타나므로, 아마 15세기에 근접하여 생긴 규칙이 아닐까?

'말뚝'이라는 뜻의 중세어 '맗〮'은 선대형을 알기 어렵지만, 만약 '*málok'에서 왔다면, '*노ᄅᆞᆨ'과는 달리 첫째 음절에 액센트가 있다. 이는 성조 차이로 인해 특수교체를 하는 어간이 되지 못하고 다른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1')     (2)
*málok  > *máloh > málh
       (1)
*nwolok > *nwolo [> nwolwo]

ᅀᅳ~ㅿㅇ 특수 교체

ᅀᅳ~ㅿㅇ 특수 교체하는 '그ᅀᅳ-~그ᇫ-'과 '아ᅀᆞ~아ᇫ'에도 위의 규칙들을 적용해 보자.

                    (1)             (2)       (4)
(ㄱ) *kuzuk-n         > kuzun
(ㄴ) *kuzuk-é        (> *kuzuké)      > *kuzké > kuzGé
(ㄷ) *kuzuk-∅ # *usí- > *kuzu # *usí-   [(3)> kuzusí-]

(ㄹ) *azok #          > azo
(ㅁ) *azok=i         (> *azoki)       > *azki  > azGi

위와 같이 (4)번 규칙의 조건에 ㄹ 뿐만 아니라 ㅿ도 추가하면, 모든 변화과정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최종적인 (4)번 규칙을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4) k > G / [+consonant, +voiced, -nasal] _ [+vowel]

ᄌᆞᅀᆞ〮, ᄀᆞᇫ〯

눈의 자위를 가리키는 중세어 'ᄌᆞᅀᆞ〮'는 'ᄌᆞᅀᆡ〮', 'ᄌᆞᅀᆞ〮애'와 같이 곡용을 하고, 주변을 뜻하는 'ᄀᆞᇫ〯'은 'ᄀᆞ〯ᅀᅵ', 'ᄀᆞ〯ᅀᆡ'와 같은 곡용을 한다. 이 단어들의 선대형은 무엇일까?

'ᄌᆞᅀᆞ〮'는 우리말샘에 나와 있는 '자욱', '자구'와 같은 방언형을 토대로 '*ᄌᆞᅀᆞᆨ〮'을 재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논의 내용만으로는 15세기의 곡용형을 설명하기 불충분하다.

         (1')
*cozók #  > *cozóh # > cozó #
*cozók=i  > *cozóhi [?> cozóy]
*cozók=ay > *cozóhay [?> cozóay]

이에 대해서는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ᄀᆞᇫ〯' 또한 그 기원은 알기 어렵다. 후고를 기약한다.

"-(으)시-"와 "-ᄂᆞ-"

앞서 어미 "-ㄴ", "-ㄹ" 등은 기원적으로 매개모음을 가지지 않았다고 하였는데, 15세기에 문증되는 형태에서는 '먹-'과 같이 자음으로 끝나는 어간 뒤에 '-ㄴ, -ㄹ'이 결합하면 '머근', '머글'과 같이 매개모음이 덧나게 된다. 따라서, 15세기 전 어느 시점에 아래와 같이 매개모음이 첨가되는 변화 (5)가 발생했을 것이다.

       (5)
*mek-n  > mekun
*et-n   > etun
*kwup-n > kwupn
*swos-n > swoson
*koc-n  > kocon
*nam-n  > namon
*sin-n  > sinun

이러한 변화가 발생한 동기는 무엇이고, 어느 시기에 발생한 것일까? 또, '-ㄴ, -ㄹ'과 달리, '-ᄂᆞ-' 앞에서는 '먹- + -ᄂᆞ다 > 먹ᄂᆞ다 (*머그ᄂᆞ다)'와 같이 매개모음이 덧나지 않는데, 이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탐구하기 위해 'ㄷ', 'ㅂ' 불규칙 활용을 보자. 'ㄷ', 'ㅂ' 불규칙 활용이란 아래와 같이 자음 어미 (-다, -거-, -ᄂᆞ- 등)과 결합할 때, 모음 어미 (-(으)ㄴ, -아/어, -오/우- 등)과 결합할 때, 그리고 '-으시-'와 결합할 때 어간이 각각 다른 형태를 띠는 현상을 말한다. 이 불규칙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원래 용언들의 어간 끝에 모음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가설이 제안된 바 있다.

  -다 /   -ㄴ /   -으시-
----------------------
걷- R ~ 걸- L ~ 걸- R   < *거드- LH
굽- R ~ 구ᇦ- L ~ 구ᇦ- R   < *구브- LH
낫- R ~ 나ᇫ- L ~ 나ᇫ- R   < *나ᅀᆞ- LH

이 가설에 대한 적극적인 증거는 찾기 어렵다. 이 설명 외에는 한국어에 기원적으로 장애음에 유성-무성 구분이 있었다는 가정을 하여 푸는 설명도 있는데, 이것 또한 한국어 내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이다. 두번째 가설은 고대국어 시기 유성음의 존재라는 가정을 하나 더 해야 하기에, 받아들이기 조금 더 부담이 된다. 따라서 여기서는 첫번째 가설을 채택하여 논의를 전개해 보도록 하겠다.

만약 "걷- R!"이 "*거드- LH"에서 왔다면, "ㄷ > ㄹ"의 변화가 발생한 조건은 모음과 약모음 ('ㆍ' 또는 'ㅡ') 사이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15세기의 '얻- [得] + -은 > 어든'과 같은 형태를 보면, 두 모음 "ㅓ"와 "ㅡ" 사이인데도 'ㄷ'이 약화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매개모음은 "ㄷ > ㄹ", "ㅂ > ㅸ" 등의 약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 사실을 토대로, 매개모음이 첨가된 시점은 규칙적인 'ㄷ > ㄹ' 약화가 완료된 후에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ㄷ > ㄹ' 약화의 변화 규칙을 (1)번 ㄱ 탈락 시기와 (1')번 ㄱ > ㅎ 약화 시기와 비슷한 시기로 비정하여 (1'')로 이름붙이자.

             (1'')    (5)
*ketú-n       > kelún
*ketú-é       > kelé
*ět-n        (> *ětn)  > ětun

             (1'')
*ět # *usí-  (> *ět # *usí-) [(3)> ětusi-]

위와 같이 "ㄷ > ㄹ"의 변화 (1'')이 매개모음 첨가 (5) 이전에 완료되었다고 가정하면, 15세기의 '거른', '어든' 두 형태의 발달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또, 선어말어미 '-(으)시-'가 붙은 형태의 경우에는, "ㄷ > ㄹ"의 변화가 완료된 후에 '-으시-'의 어미화가 일어난 것으로 15세기에 나타나는 "어드시-"의 형태를 설명할 수 있다.

매개모음 첨가, 즉 (5)번 규칙의 조건은 어떻게 될까? Martin (1996)에서는 매개모음은 기원적인 "-ㄴ, -ㄹ, -ㅁ"이라는 어미 환경에서만 일어난 것을 바탕으로, 뒤에 모음이 없는 성절성 /-n/, /-l/이 /-{o,u}n/, /-{o,u}l/으로 발달한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나 Martin (1996)은 높임의 선어말어미 "-(으)ᅌᅵ-" 또한 매개모음을 가진다는 사실을 간과하였다. 그런데 "-(으)ᅌᅵ-"의 매개모음은 "-(으)시-"처럼 기원적인 것인지, "-ㄴ" 처럼 후대에 발달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 우선 "-(으)ᅌᅵ-"가 강어미인지 약어미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으)ᅌᅵ-"는 유동적 거성 어간에 직접 붙은 예가 "하ᅌᅵ다 LLH" 하나밖에 없다. 단일 예라서 찜찜하긴 하지만, 잠정적으로 "-(으)ᅌᅵ-"는 유동적 거성 어간을 평성으로 만드는 약어미라고 보자. 그렇다면 강어미 "-(으)시-"와는 케이스가 다르다. 즉, 용언 어간에서 문법화된 것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 따라서, "-ㄴ, -ㄹ, -ㅁ"과 같이 뒤따라오는 모음이 없는 경우에 매개모음이 첨가되었다는 Martin (1996)의 설명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ㄴ, -ㄹ, -ㅁ, -ᅌᅵ-"를 모두 포괄하기 위해, 뒤에 유성음이 따라오는 모든 환경에서 매개모음 첨가가 일어났다고 본다.

(5) ∅ > {ó, ú} / V C _ [+consonant, +voiced]

위와 같은 매개모음 첨가 규칙을 상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어말어미 '-ᄂᆞ-'의 경우, 위의 환경에 해당함에도 어째서 '*어드ᄂᆞ-'와 같이 매개모음이 첨가되지 않고 '얻ᄂᆞ-'와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까?

      (5)
ět-n   > ětun
ět-no- > *ětuno-

김성규(2011)에서 지적했다시피, '-ᄂᆞ-'는 강어미라서, 용언 어간에서 문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으시-'가 어미화한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ᄂᆞ-'도 어미화했다고 가정하면, 용언 어간과 조동사 '*ᄂᆞ-' 사이에 있던 어절 경계로 인해 매개모음 첨가가 저지되었던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5)
ět-n          > ětun
*ět-∅ # *no- (> *ět # *no-) [(3)> ětno-]

결론

지금까지 15세기 특수 어간 교체에 관련된 중세 이전 한국어의 음운 변화 과정을 몇 개 재구해 보았고, 재구한 과정들로 15세기에 보이는 어형들에 보이는 특이한 점들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었다. 논의된 음운 변화 과정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약화 1
(1)   k > ∅ / [+minimal, -accent] _ [-vowel]
(1')  k > h / [+minimal, +accent] _
(1'') t > l / [+vowel] _ [+vowel]

약모음 탈락
(2) [+minimal, -accent] > ∅ / [+consonant, +voiced] _ C V

(3) 조동사 '*usí-', '*no-'가 어미로 변함

약화 2
(4) k > G / [+consonant, +voiced, -nasal] _ [+vowel]

매개모음 첨가
(5) ∅ > {ó, ú} / V C _ [+consonant, +voiced]

위의 규칙들을 feature 대신 음소들로 좀더 간결하게 표현해 보면 다음과 같다.

약화 1
(1)   k > ∅ / {ò, ù} _ {C, #}
(1')  k > h / {ó, ú} _
(1'') t > l / V _ V

약모음 탈락
(2) {ò, ù} > ∅ / {m,n,ng,l,z} _ C V

약화 2
(4) k > G / {l,z} _ V

매개모음 첨가
(5) ∅ > {ó, ú} / V C _ {m,n,ng,l,z}

위 변화들 사이의 알려진 선후 관계를 도식화하여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순서 도식


참고문헌

김성규 (2011), "성조에 의한 어미의 분류 -중세국어를 중심으로-", 『구결연구』 27호
이기문 (1962), "중세국어의 특수어간 교체에 대하여", 『진단학보』 23호
Jeon (2024), "Vowel Mismatch between LMK émi 'mother' and OJ amo~omo 'id'", Link
Martin (1996), "Consonant Lenition in Korean and the Macro-Altaic Question"


각주

  1. 한 예를 들어, 'ㄷ', 'ㅂ' 불규칙 활용에 대응하는 "'ㄷ', 'ㅂ' 불규칙 곡용"을 하는 체언이 없다는 사실은, 조사와 어미의 매개모음의 유무 차이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어 보인다. 

  2. [+minimal]은 '최소모음', 즉 'ㆍ'와 'ㅡ'를 가리키고, [+accent]는 고조 액센트가 걸리는 모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