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에서는 중세 한국어 음절말 'ㅅ'의 실현이 16세기 말까지 [s]로 실현되었음을 주장하고 논증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후기 중세 한국어의 기저형에서 'ㅈ, ㅊ'말음을 가진 어휘가 음절말에서 'ㅅ'으로 중화되는 현상을 통시적인 관점에서 다루고자 한다.

후기 중세 한국어 한글 자료에서 기저형 'ㅈ, ㅊ'은 음절말에서 'ㅅ'으로 중화되었다. 체언 '이웆 [鄰]', 'ᄂᆞᆾ [面]'이 단독형 또는 '도', '곳'와 같은 자음 조사 앞에서 '이웃', 'ᄂᆞᆺ'으로 나타나고, 용언 '맞- [遇]', '좇- [從]'이 '-고'와 같은 자음 어미 앞에서 '맛고', '좃고'로 나타나는 것 따위이다.

그런데, 위의 규칙에는 소수의 예외가 있다. 바로 선어말 어미 {-ᄉᆞᆸ-} 등 앞에서이다. 만약 위의 규칙을 따른다면, 자음 어미 {-ᄉᆞᆸ-} 앞에서는 'ㅅ'으로 끝나는 '밧-'이든 'ㅈ'으로 끝나는 '맞-'이든 'ㅊ'으로 끝나는 '좇-'이든간에 상관없이 종성이 'ㅅ'으로 중화되어 '밧ᄉᆞᆸ-', '*맛ᄉᆞᆸ-', '*좃ᄉᆞᆸ-'과 같이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 기대된다. 그러나 실제 15세기 한글 문헌에는 '*맛ᄉᆞᆸ-', '*좃ᄉᆞᆸ-'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마ᄍᆞᆸ-', '맏ᄌᆞᆸ-', '맛ᄌᆞᆸ-', 그리고 '조ᄍᆞᆸ-', '졷ᄌᆞᆸ-', '좃ᄌᆞᆸ-' 등의 표기가 등장할 뿐이다. 이 이표기들은 동일한 실현 [mat͡sːʌp-], [t͡sot͡sːʌp-]의 이표기들일 것이다.1

즉, 기저형이 'ㅈ', 'ㅊ'으로 끝나는 어간은 {-ᄉᆞᆸ-}과 결합할 때 'ㅅ'으로 끝나는 어간과는 다르게 실현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2 이 현상은 15세기 한국어의 공시적 음운 변동 규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거론할 것이다.

'라틴어-타입 /ts/ 발음 규칙'을 가진 후기 중세 한국어.

이동석(2024)에서는 "음절 말 /ㅈ/, /ㅊ/, /ㅅ/의 중화와 관련하여 /ㅈ/, /ㅊ/가 [s]로 중화되는 현상은 전 세계 어느 언어에도 없으며, 이 는 /ㅅ/의 음가를 불파음 [t˺] 로 볼 때만 설명이 가능하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고광모(2012)에서 이미 지적되었다시피, 이 현상은 바스크어, 위구르어 등 세계 여러 언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전 라틴어에서도 유사한 규칙을 찾을 수 있다.

  • 고전 라틴어
    • (a) lībertāt- "자유" + -s (주격 단수) → lībertās (*lībertāts) "자유.NOM.SG"
      (cf. lībertāt- "자유" + -is (속격 단수) → lībertātis "자유.GEN.SG")
    • (b) pot- "할 수 있다" + -sum (1인칭 단수 현재) → possum (*potsum) "할 수 있다.1SG.PRES"
      (cf. pot- + -eram (1인칭 단수 비완망) → poteram "할 수 있다.1SG.NPFV")

(a)와 같이, 라틴어에서 /ts/의 연쇄는 어말에서 규칙적으로 /s/로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5세기 국어에서 '-ㅈ' 종성이 '-ㅅ'으로 중화하는 것과 사실상 동일한 현상이다. 그런데 (b)에 주목하자. 라틴어의 /ts/ 연쇄는 어중에서 규칙적으로 /ss/로 변화한다. 이 현상은 현대 한국어에서 /ㄷㅅ/이 [ㅆ]으로 발음되는 것과 평행하다.

홍은영(2019)에서 지적하다시피, 현대 한국어에서 '걷습니다', '굳세게'와 같은 어휘에서 보이는 /ㄷㅅ/의 연쇄는 일반적으로 [ㅆ]으로 실현된다. 이 현상은 같은 논문에서 설명하다시피 '지속성(continuant) 역행 동화'로 설명될 수 있다. 즉, /ㅅ/의 [+cont] 자질이 앞의 /ㄷ/으로 퍼지면서 /ㅅ/으로 동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15-16세기 후기 중세 한국어에서는 어땠을까? {-ᄉᆞᆸ-} 앞에서의 양상과 같이 [ㅉ]로 발음되었을까, 아니면 현대어와 같이 [ㅆ]로 발음되었을까?

이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우선 한글 자료를 뒤져보자. 중세 한국어 자료에서 'ㄷㅅ'이 한 어절 내에서 연쇄되는 어형은 꽤 드물다. 그러나 이 시기 'ㄷㅅ'의 발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주는 예가 아주 없지는 않다.3

  • (a) /ㄷ + ㅅ/ → <ㄷㅅ>
    • 色ᄋᆞᆫ 겨지븨라 衒賣色ᄋᆞᆫ 겨지븨 ᄂᆞᄎᆞᆯ 비ᇫ어 빋ᄉᆞ게 ᄒᆞ야 ᄑᆞᆯ씨라 [석보상절21:61b] (1447)
    • 빋 낸 사ᄅᆞ^ᄆᆡ 지븨 믈읫 잇ᄂᆞᆫ 빋ᄊᆞᆫ 거시라도 [번역박통사상:61a-61b] (1517)
    • 찰방이 그더도록 귀코 빋ᄉᆞᆫ 일가 [순천김씨묘출토언간] (16세기 중반)
    • 모ᄅᆞ미 〃 날 어엿비 녀겨 내 말 듣소 [순천김씨묘출토언간] (16세기 중반)
    • 공셩 다 ᄌᆞ셰 혜여 받소 [순천김씨묘출토언간] (16세기 중반)
    • 굳셀 강 [신증유합:2b] (1576)
    • 굳센 양ᄒᆞᄂᆞᆫ 이ᄂᆞᆫ 샹ᄒᆞ고 부드러온 이ᄂᆞᆫ 보젼홈을 닐옴이라 [소학언해5:106b] (1588)
  • (b) /ㄷ + ㅅ/ → <ㅅㅅ>
    • 귀소니 ᄡᆞ리 몃 무ᄉᆞᆯ 시러 왓ᄂᆞᆫ고 ᄎᆞ려 밧소 [순천김씨묘출토언간] (16세기 중반)
  • (c) /ㅎ + ㅅ/ → <ㄷㅅ>
    • 장수경언해 사진 셜ᄒᆞᆫ ᄒᆡ예 셜ᄒᆞᆫ 아ᄃᆞᄅᆞᆯ 낟ᄉᆞ오니 [장수경언해:39a] (16세기 전반)

중세어의 /ㄷㅅ/연쇄는 (a)와 같이 <ㄷㅅ>으로 표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것은 그 어휘를 구성하고 있는 형태소를 밝혀 적은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므로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별로 없다. 그러나 {-ᄉᆞᆸ-}과 평행하게 '*빋ᄌᆞ게', '*굳젤 강'과 같은 표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유념할 만하다.

더욱 흥미로운 표기들은 (b,c)이다. (b)의 '밧소' (<받[受]-소)는 /ㄷㅅ/연쇄가 <ㅅㅅ>으로 표기된 유일례이다.

여기서 명령형 종결어미 '-소'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16세기 초의 <번역노걸대>에는 {-ᄉᆞᆸ-}과 동일한 양상으로 초성이 'ㅅ~ㅈ~ㅿ'으로 교체되는 명령형 종결어미 '-소/조/ᅀᅩ'가 나타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이른 1490년대의 <신창맹씨묘 출토언간>과 16세기 중반 <순천김씨묘 출토언간>에는 이 어미가 환경에 관계없이 '-소' 하나로 통합되어 나타난다.

  • -소/조/ᅀᅩ 교체형
    • 몬져 ᄒᆞᆫ 잔 자ᅀᅩ (先喫一盞) [번역노걸대상:63b] (1517)
    • 큰 혀ᇰ님 몬져 례 받조 (大哥受禮) [번역노걸대상:63b] (1517)
  • -소 통합형
    • 내 고도 겹텰릭 보내소 [신창맹씨묘출토언간] (1490년대)
    • 녀ᄅᆞᆷ지이 마소 [신창맹씨묘출토언간] (1490년대)
    • 후바글 봇가셔 ᄒᆞᆫ 보긔 아홉 눈 세 ᄌᆞ곰 녀허 달혀 자소 [순천김씨묘출토언간] (16세기 중반)
    • 귀소니 ᄡᆞ리 몃 무ᄉᆞᆯ 시러 왓ᄂᆞᆫ고 ᄎᆞ려 밧소 [순천김씨묘출토언간] (16세기 중반)

이 차이는 각 자료가 반영하는 방언의 차이로 봐야 할 것이다. 현대 표준어에서는 '하오체' 명령형으로 '주오', '먹으오' 등이 사용되는데4, 현대 남부 지역의 일부 방언에서는 '주소', '먹소' 등 모음 어간 뒤에서도 '-소'가 사용되는 양상과 동일하다. 이러한 방언의 차이가 15-16세기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a)에서 '받소'로 나타나던 '받-소'가 (b)에서 '밧소'로도 나타나는 것은 무엇을 함의할까? (a)의 '받소'와 (b)의 '밧소'는 같은 어형을 다르게 표기한 것이므로, 같은 발음에 대한 이표기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받소'가 현대 한국어와 같이 [pasːo]로 발음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5

(c)는 /ㅎㅅ/의 연쇄가 <ㄷㅅ>으로 표기된 것이다. 중세 한국어에서 /ㅎㅅ/은 일반적으로 <ㅆ> 또는 <ㅅㅅ>으로 표기되었다. 따라서 /ㅎㅅ/의 발음이 [ㅆ]였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 /ㅎㅅ/이 <ㄷㅅ>으로 표기된 사실은 또다시 당시 <ㄷㅅ>의 발음이 [ㅆ]과 같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위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증거가 많지는 않지만 {-ᄉᆞᆸ-}과 '-소/조/ᅀᅩ'와 같은 예외적인 어미 앞의 환경을 제외하면, 15-16세기 한국어에서 /ㄷㅅ/의 연쇄는 현대 한국어와 같이 [ㅆ]으로 발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라틴어의 pot- + -sum > possum과 같은 양상과 동일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15-16세기 한국어의 어말 '-ㅈ'이 '-ㅅ'으로 중화되는 현상도 라틴어의 것과 동일했다. 즉, 15-16세기 후기 중세 한국어는 ({-ᄉᆞᆸ-} 등과 같은 예외적인 어미 앞 환경을 제외하면) 공시적으로 '라틴어-타입 /ts/ 발음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만하다.

'헝가리어-타입 /ts/ 발음 규칙'을 가진 전기 중세 한국어?

고광모(2012)에서는 중세어의 {-ᄉᆞᆸ-}앞에서의 'ㅅ', 'ㅈ', 'ㅊ' 음운 변동에 대해 논의하면서 헝가리어의 예시를 꺼냈다.

  • 현대 헝가리어
    • (a) lát- /laːt/ "보다" + -szik /sik/ → látszik [ˈlaːt͡sːik] "보이다"
    • (b) harminc /ˈhɒrmint͡s/ "30" + -szor /sor/ "회" → harmincszor [ˈhɒrmint͡sːor] "30회"
    • (c) léc /leːt͡s/ [leːt͡s] "나뭇조각", arc /ɒrt͡s/ [ɒrt͡s] "얼굴"

위 (a)에서 볼 수 있듯이, 헝가리어에서는 라틴어와 달리 /t/와 /s/가 연쇄될 때 [ss]로 되지 않고 [t͡sː]와 같이 파찰음의 장자음(geminate)로 발음된다. 또한 (b)에서 볼 수 있듯 /t͡s/와 /s/가 연쇄될 때도 [t͡sː]로 실현된다. 또 (c)를 보면 헝가리어의 /-t͡s/ 말음은 [-s]로 중화되지 않고 그대로 [-t͡s] 파찰음으로 발음되는 것을 알 수 있다.

(a)의 현상은 후기 중세 한국어에서 '받[受]-'과 같이 '-ㄷ' 말음을 가진 어간에 {-ᄉᆞᆸ-}이 결합하였을 때 '받ᄌᆞᆸ-'과 같이 나타나는 현상과 매우 유사하다. 앞에서 '마ᄍᆞᆸ-', '맏ᄌᆞᆸ-', '맛ᄌᆞᆸ-'이 모두 [mat͡sːʌp-]의 이표기였듯이, '받ᄌᆞᆸ-' 또한 [pat͡sːʌp-]으로 실현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변화는 '어중의 /ㄷ + ㅅ/ > [t͡sː]'으로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b)의 현상은 후기 중세 한국어에서 '맞-[遇]'과 같이 '-ㅈ' 말음을 가진 어간에 {-ᄉᆞᆸ-}이 결합하였을 때 [mat͡sːʌp-]과 같이 실현되는 현상과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이 변화는 후기 중세 한국어의 일반적인 공시적 규칙이 아니다. {-ᄉᆞᆸ-}이라는 형태소 앞에서만 발생하는, 특수한 형태음소적(morphophonemic) 현상일 뿐이다.6

하지만 후기 중세 한국어에서 특수한 변화라고 해서 그 이전 단계에서까지 그랬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한 언어의 나중 단계에서 발견되는 특수한 현상은 이전 단계에서의 보편적이었던 현상을 화석처럼 간직한 것일 가능성을 품고 있다. 마치 현대 한국어의 'ㅅ' 불규칙 활용이 중세 한국어에서 'ㅿ' 규칙 활용이었던 것이 /ㅿ/의 비음운화와 함께 용언의 활용 패러다임 속으로 '화석화'된 것과 같이 말이다.

여기에 선어말어미 {-ᄉᆞᆸ-}이 어원적으로 동사 어간 *ᄉᆞᆲ- [白]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흔한 추측을 더하면, "전기 중세 한국어에서는 어중에서 '/ㄷ + ㅅ/ > /ㅉ/'와 '/ㅈ + ㅅ/ > /ㅉ/' 현상이 일반적인 공시적 음운 변동 규칙이었고, 이 규칙이 후기 중세 한국어의 활용 패러다임 일부에 화석처럼 남아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헝가리어의 현상 (c)에 다시 생각이 미치게 된다. <향약구급방>(1236)은 고려 고종 때 편찬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약방서이다. <향약구급방>에서는 약재의 한국어 이름을 차자 표기로 기록하였는데, 말음 첨기법을 널리 사용하였다. 그런데 <향약구급방>에서 사용된 말음 첨기에서는 <-叱>로 표기되는 /-ㅅ/과 <-次>로 표기되는 /-ㅈ/ 말음이 꽤 명확히 구분된다. 예를 들어, '道羅次'은 후기 중세 한국어 '도랒'으로 이어지는데, /-ㅈ/ 말음을 표기하기 위해 <-次>로 말음을 첨기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자료가 반영하는 13세기 한국어에서는 /-ㅈ/ 말음이 /-ㅅ/ 말음과 발음상 뚜렷이 구분되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헝가리어에서 /-t͡s/ 말음이 그대로 발음되는 현상과 13세기 전기 중세 한국어에서 /-ㅈ/ 말음이 그대로 발음되었던 현상이 일치하는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전기 중세 한국어에 대한 두 가지 추측이 맞다면, 전기 중세 한국어는 '헝가리어-타입 /ts/ 발음 규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만하다.

두 체계에 대한 해석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체계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중 /-t#s-/ 어중 /-ts#s-/ 어말 /-ts$/ 유사한 체계
헝가리어-타입 /ts/ 발음 규칙 [t͡sː] [t͡sː] [-t͡s] 전기 중세 한국어(추정)
라틴어-타입 /ts/ 발음 규칙 [sː] ([sː]) [-s] 후기 중세 한국어

최적성 이론(OT)의 용어를 빌려 설명하자면, 헝가리어와 전기 중세 한국어에서 /t͡s/가 어말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과 /-t#s-/, /-t͡s#s-/가 [t͡sː]로 (아마도) 실현되는 것은 /t͡s/(와 /t/)의 [+cont] 자질이 유지되려는 제약(Ident[cont])이 /ㅈ/을 마찰음화시킬 다른 제약보다 상위의 서열(rank)를 가진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면 후기 중세 한국어에서 /t͡s/가 어말에서 [s]로 마찰음화하고 /-t#s-/, /-t͡s#s-/가 [sː]로 실현되는 것은 Ident[cont] 제약의 서열이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려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이 분석이 옳다면, 전기 중세 한국어에서 음절말 /-ㅈ, -ㅊ/의 파찰음성이 유지되었다가 후기 중세 한국어에서 [ㅅ]으로 마찰음화한 변화와, /-ㄷㅅ-/과 /-ㅈㅅ-/이 (아마도) [ㅉ]로 실현되었다가 후기 중세 한국어에서 [ㅆ]으로 실현된 변화는 모두 Ident[cont] 제약의 서열 변경으로 인하여 발생한 연관된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ᄉᆞᆸ-}과 같은 일부 어미 앞에서는 전기 중세 한국어의 음운 변동 규칙이 보수적으로 유지된 흔적을 남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받ᄌᆞᆸ노ᅌᅵ다'에서 '받습니다'로

그런데 현대 한국어에서는 더 이상 '받-'과 같은 어간에 '-습니다, -소'와 같이 {-ᄉᆞᆸ-}에서 유래한 어미가 결합할 때 'ㅈ'으로 교체되는 현상을 찾아볼 수 없다. 즉 '*받즙니다', '*받조'가 아닌 '받습니다' [바씀니다], '받소' [바쏘]와 같이 나타나는 것이다. 오직 '여쭙-'과 같은 화석화된 어간에만 이전 시기 변화의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것은 후기 중세 한국어의 {-ᄉᆞᆸ-} 앞에서 특수하게 작용하던 '/ㄷ + ㅅ/ > /ㅉ/'와 '/ㅈ + ㅅ/ > /ㅉ/' 규칙이 현대 국어로 넘어오면서 평준화(levelling)되어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번역노걸대>에 나타난 '-소/조/ᅀᅩ'가 동시대 언간 자료에는 '-소'로 나타나는 현상은 '-소/조/ᅀᅩ'가 이른 시기에 일부 방언에서 {-ᄉᆞᆸ-}과 유사한 평준화 과정을 거쳤던 것이 아닐까?

참고문헌

고광모(2000), 「16세기 국어의 명령법 어미 ‘-소⁄ᅀᅩ⁄조’의 기원에 대하여」, 『언어학』 27.
고광모(2012), 「15세기 국어의 종성 ㅅ에 대하여」, 『국어학』 64.
이동석(2024), 「팔종성법의 실현 양상과 음운론적인 해석」, 『국어사연구』 31.
홍은영(2019), 「국어 폐쇄음의 지속성 동화와 마찰음화」, 『국어학』 89.
河崎啓剛(2015), 「15세기 한국어 속격 ‘-ㅅ’의 이표기들의 분포」, 『진단학보』 123.


각주

  1. 이렇게 'ㅅㅈ'의 연쇄가 [ㅉ]를 나타내는 'ㄷㅈ', 'ㅅㅈ', 'ㅉ' 등의 표기로 나타나는 현상은 사이시옷의 이표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河崎啓剛(2015) 참고. 

  2. 이와 동일한 양상을 보이는 어미로는 뒤에서 거론할 종결어미 '-소/조/ᅀᅩ'가 있다. 

  3. 예외적인 규칙이 적용되는 '-ᄉᆞᆸ/ᄌᆞᆸ/ᅀᆞᆸ-', '-소/조/ᅀᅩ' 어미와 'ㄷㅅV'어형 외의 'ㄷㅅCV'같이 ㅅ계 자음군이 연속되는 어형은 제외하였다. '-ᄉᆞᆸ/ᄌᆞᆸ/ᅀᆞᆸ-', '-소/조/ᅀᅩ'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할 것이다. 

  4. 현대 표준어에서 '먹-'과 같은 자음 어간 뒤에서도 명령형으로 '-(으)오'가 사용되는 것은 '주오'와 같은 환경의 형태 '-오' (<-ᅀᅩ)가 다른 환경으로 확대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5. 이 '밧소'는 지난 글의 각주에서 언급했던 '받-[受]'이 '밧-'으로 표기된 2례 중 하나였다. 

  6. 중세 한국어에서 매개모음 없이 어간과 직접 결합하는 'ㅅ'으로 시작하는 어미들로는 이미 언급한 선어말어미 '-ᄉᆞᆸ/ᄌᆞᆸ/ᅀᆞᆸ-'과 명령형 '-소' 외에도 청유형 '-사ᅌᅵ다'와 연결어미 '-ᅀᅡ/사' 등이 있다. '-ᅀᅡ'는 체언과 '-아/어'뒤에 결합하기도 하지만 드물게 어간에 직접 결합하기도 한다. '내 죽사 ᄒᆞ리로다 [삼강행실도열녀도:5a]'는 '-ᅀᅡ'가 '-ㄱ' 뒤에서 '-사'로 실현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일례이다.
    '-사ᅌᅵ다'와 어간에 직접 결합하는 '-ᅀᅡ/사'는 빈도수가 낮아서 'ㄷ, ㅈ, ㅊ' 말음을 가진 어간 뒤에 결합한 경우가 문헌 자료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환경에서 교체되는 양상은 조금 다르다.
    '-사ᅌᅵ다'는 '가사ᅌᅵ다', '머므사ᅌᅵ다'와 같이 모음이나 'ㄹ' 어간 뒤에서 'ㅿ'로 약화하지 않고 '-사ᅌᅵ다'의 단일한 형태를 보여준다. 언간 자료에 나오는 통합된 '-소'와 동일한 양상인 것이다. 이것은 15-16세기 한국어의 일반적인 공시적 음운 규칙과 부합한다. 반면에 '-ᅀᅡ/사'는 모음 뒤에서 '-ᅀᅡ', '-ㄱ' 뒤에서 '-사'로 교체하는 현상을 보인다. -ᄉᆞᆸ/ᄌᆞᆸ/ᅀᆞᆸ-, '-소/조/ᅀᅩ'와 동일한 양상인 것이다. 중세 한국어에서 '받-'과 같이 'ㄷ, ㅈ, ㅊ'으로 끝나는 어간 뒤에 직접 '-ᅀᅡ'가 결합했다면 '*받자'와 같은 형태가 나왔을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