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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화 (lenition)'의 관점에서 본 음절말 'ㅅ > ㄷ' 변화

'약화 (lenition)'의 관점에서 본 음절말 'ㅅ > ㄷ' 변화

중세 한국어의 음절말 'ㅅ'이 현대 한국어로 오는 과정에서 'ㄷ'으로 실현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예컨대 '못 [池]'은 중세 한국어에서 /ㅅ/ 말음을 가졌지만 현대 한국어에서는 휴지 앞에서 단독으로 [mot̚]으로 발음된다. 음절말에서 /s/와 같은 음소가 폐쇄음 [t]로 실현되는 것은 범언어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s/ > [t]'라는 시작과 끝만을 보면 일종의 '강화(fortition)' 현상으로 볼 수 있겠는데, 일반적으로 음절말 환경은 반대 방향의 변화인 약화(lenition)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다른 언어들을 보면, 음절말의 /s/가 [h]로, 더 나아가 아예 탈락하는 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고대 프랑스어의 /s/는 음절말 환경에서 /h/로 약화(비구강화, debuccalization)하였고, 이후 탈락하면서 이전 모음의 지속 시간을 늘여주는 보상적 장음화를 촉발하였다. 예컨대, 고대 프랑스어 hospital > 현대 프랑스어 hôpital "병원", 고대 프랑스어 dixme > 현대 프랑스어 dîme "십일조" 등을 들 수 있다. 모음 위의 '^ (accent circonflexe)' 기호는 본디 장모음을 표시했지만, 현대 프랑스어에서는 장단음이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다. 스페인어의 많은 방언에서도 비슷한 음절말 '/s/ > [h]' 현상이 관측된다.

Bybee and Easterday(2019)에서는 81개의 언어 샘플에서 나타나는 변이음의 유형을 분석하였다. 그 중에서 마찰음 음소가 강화되어 실현되는 경우는 9례가 있었는데, 대부분이 초성 또는 강세 음절의 초성에서 '마찰음 > 파찰음' 방향으로 일어나는 변화이고, 오직 한 언어에서만 음절말 환경에서의 폐쇄음으로의 강화가 관찰되었다. 트랜스뉴기니 어족의 Oksapmin어에서 음절말 '/ɸ/ > [p]'의 변화가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Loughnane and Fedden (2011)에서 'Oksapmin어의 /ɸ/는 역사적으로 Oksapmin 조어 단계에서 /*p/와 /*f/ 음소의 통합으로 형성된 음소'라고 제안하여, '순수한 마찰음이 폐쇄음으로 변할 수 있다는 증거는 약하다'고 분석하였다.1

고광모(2012)에서는 한국어의 이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중세 한국어 어말 /ㅅ/이 한때 [st̚]와 같이 발음되었으리라는 추측을 하였다. 그 근거로 <훈민정음 해례>에서 ㅅ 종성을 입성에 포함시킨 것을 들었다. <훈민정음 해례>의 해당 구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번역은 국립국어원(2008) 역).

聲有緩急之殊 故平上去其終聲不類入聲之促急
소리에는 느리고 빠름의 다름이 있으니, 그러므로 평성·상성·거성은 그 종성이, 입성의 빠름과 같지 않다.
不淸不濁之字 其聲不厲 故用於終 則宜於平上去
불청불탁의 자는 그 소리가 거세지 아니하므로, 종성에 쓰이면 평성·상성·거성에 맞고,
全淸次淸全濁之字 其聲爲厲 故用於終則宜於入
전청·차청·전탁의 자는 그 소리가 거세므로, 종성에 쓰면 당연히 입성에 맞다.
所以ㆁㄴㅁㅇㄹㅿ六字爲平上去聲之終
그러므로 ㆁㄴㅁㅇㄹㅿ의 6자는 평성·상성·거성의 종성이 되고,
而餘皆爲入聲之終也
나머지는 모두 입성의 종성이 된다.

여기서 '입성의 빠름[促急]'을 고광모(2012)는 '폐쇄음'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해례>에서 든 평·상·거성의 종성 집합 'ㆁㄴㅁㅇㄹㅿ'는 모두 유성 자음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해례>의 '促急'을 '성대의 진동이 멈추는 시간'을 기준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 보인다. 즉, 무성음 'ㄱㄷㅂㅅ'을 종성으로 가지는 음절은 성대의 진동이 빨리 끝나지만, 'ㆁㄴㅁㅇㄹㅿ'를 종성으로 가지는 음절은 음절을 다 발음하더라도 성대의 진동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를 '促急'이라고 표현한 것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해례>의 서술만을 토대로 /ㅅ/이 [st̚]으로 실현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는 근거가 약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불안정한 해석이나 범언어적인 경향을 무시하지 않고 한국어의 음절말 'ㅅ > ㄷ'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을까?

'히읗'과 [히읃]

현대 한국어 표기에서 'ㅎ'이 종성에 오는 경우는 글자 이름 '히읗'을 제외하면 '좋다', '낳다' 등의 'ㅎ' 말음 용언 어간밖에 없다. 그러므로 '히읗'이라는 인위적인 글자 이름의 어말에서 'ㅎ'을 어떻게 발음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1930년대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정 전까지만 해도 어디에서도 'ㅎ' 글자를 받침으로 쓰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히읗'의 단독 발음을 [히읃]으로 명시해 놓았다. 왜 'ㅎ'이 음절말에 'ㄷ'으로 중화되도록 규정한 것일까?

현행 '표준 발음법'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볼드체는 필자 강조).

제9항. 받침 ‘ㄲ, ㅋ’, ‘ㅅ, ㅆ, ㅈ, ㅊ, ㅌ’, ‘ㅍ’은 어말 또는 자음 앞에서 각각 대표음 [ㄱ, ㄷ, ㅂ]으로 발음한다.
제18항. 받침 ‘ㄱ(ㄲ, ㅋ, ㄳ, ㄺ), ㄷ(ㅅ, ㅆ, ㅈ, ㅊ, ㅌ, ㅎ), ㅂ(ㅍ, ㄼ, ㄿ, ㅄ)’은 ‘ㄴ, ㅁ’ 앞에서 [ㅇ, ㄴ, ㅁ]으로 발음한다.

'제9항'에서는 'ㅎ'의 음절말 대표음을 규정하지 않았지만, '제18항'에서는 음절말에서 'ㄷ'으로 중화되는 자음의 목록에 'ㅎ'을 넣은 것이다.

'ㄷ'으로 중화되는 자음의 목록에 'ㅎ'을 넣게 된 자세한 역사적인 경위는 찾아보지 못했지만,2 한 가지 추측은 할 수 있다.

  • 좋네 [존:네], 좋습니다 [조:씀니다]
  • 얻네 [언:네], 얻습니다 [어:씀니다]
  • 벗네 [번네], 벗습니다 [버씀니다]

위와 같이 'ㅎ'말음을 가지는 용언 어간의 'ㅎ'은 'ㄴ' 앞에서 'ㄴ'으로 동화되고, 'ㅅ'은 'ㅆ'으로 만드는 변화를 일으킨다. 그런데 이것은 같은 환경의 'ㄷ', 'ㅅ'의 실현 양상과 동일하다. 따라서 이런 유사성을 바탕으로 'ㅎ'이 어말에 왔을 때, 'ㄷ', 'ㅅ'과 같은 방식(즉, [ㄷ])으로 실현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유추한 것은 아닐까?

물론 이것은 '히읗'이라는 이름이 다분히 인위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언어 현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실제로 '히읗'을 보고 글자 모양으로 유추해 [히응]이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을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이 현상은 앞으로 서술할 음절말 'ㅅ > ㄷ' 변화에 관련하여 참고할 점이 있다고 본다.

'ㅅ'의 약화(lenition) 가설

만약 고대 프랑스어, 현대 스페인어 등과 같이 한국어에서도 음절말 '/s/ > [h]' 약화 변이음이 존재했다면 어떨까? 즉, 다음과 같은 발음을 상상해 보자.

  • 엇게[肩] /əskəj/ > [əskəj~əhkəj]
  • 깃겁-[喜] /kiskəp-/ > [kiskəp~kihkəp]

중세 한국어에서 기저에 'ㅎ' 말음을 가진 형태소는 많았지만 (ㅎ 말음 체언, ㅎ 말음 용언 등), 이들은 이미 후행 자음을 유기음화하거나 (단독의 경우) 탈락하는 규칙을 적용받았기 때문에, 음절말 /ㅅ/과 /ㅎ/은 여전히 발음상 구분되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적어도 세 가지 변화 방향이 존재한다.

  1. /VsC/ > [VhC] > [VːC]: 고대 프랑스어와 같이 선행 모음에 보상적 장음화를 남기고 탈락.
  2. /VsC/ > [VhC] > [VCʰ]: 현대 서부 안달루시아 스페인어와 같이 후행 자음을 유기음화하고 탈락.
  3. /VsC/ > [VhC] > [VCː]: 현대 동부 안달루시아 스페인어와 같이 후행 자음을 장음화(경음화)하고 탈락.3 혹은 조음 위치의 완전 동화(total assimilation)로 볼 수도 있음.

만약 한국어에서 '/s/ > [h]' 변화가 존재했다면, 그 이후 3번째 변화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엇게, 깃겁-'과 같은 형태소 내 /sC/가 현대 한국어의 '어깨, 기껍-'과 같이 /Cː/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VhC] 단계까지 도달한 경우, [h]의 기식이 음성적으로 매우 약하기 때문에 후행하는 [C]의 폐쇄의 시작 시점이 앞당겨지는 변화만으로 쉽게 발생할 수 있다.

가와사키 케이고(2015)는 15세기의 사이시옷 이표기를 관찰하였는데, 특정 환경에서 사이시옷의 이형태가 'ㄱ, ㄷ, ㅂ, ㆆ'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이표기는 선행 자음의 유무와 조음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데, 선행 자음이 없는 경우 여린히읗 'ㆆ'으로 나타난다. 이 'ㆆ' 표기는 'ᄒᆞᇙ가~ᄒᆞᆯ까'와 같은 환경에서도 나타나는데, 'ᄒᆞᇙ가'와 'ᄒᆞᆯ까'를 단순히 같은 음성의 이표기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전자를 실제 음성형 [hʌlʰka~hʌlʔka] 정도의 반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ᄒᆞᆯ까'는 위의 3번째 변화를 겪은 후의 음성형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사이시옷 /ㅅ/의 이표기가 특정 환경에서 'ㆆ'로 나타나는 사실과 'ᄒᆞᇙ가~ᄒᆞᆯ까'의 이표기는 '/s/ > [h~ʔ]' 변화와 /VsC/ > [VhC] > [VCː] 변화를 뒷받침하는 약한 근거가 된다.

또, '마ᇨ- > 맡-'와 같은 중세어의 /sC/가 '불규칙적 격음화'를 겪은 어형은 /mast-a/ > [masta] > [mahta] > [mahtʰa] > [matʰa]와 같은 과정으로, 위의 3번째 변화 대신 2번째 변화를 불규칙적으로 겪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 정승철 (2003)에 따르면, 서남방언과 그 인근 지역, 그리고 경남 해안 지역에 한정되어 '서ᇧ-', '돗귀', '엇디', '묏도기' (중앙어 '섞-', '도끼', '어찌', '메뚜기')에 대응되는 어형이 '섴-', '도키', '어치', '메퉁이' 등으로 중세어의 /sC/가 격음으로 대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러한 지역에 따른 차이는 현대 서부 안달루시아 스페인어와 동부 안달루시아 스페인어에서 /VsC/의 반영형이 각각 후행 자음 유기음화, 장음화로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과 유사하다.

위에 나열한 증거만으로 한국어의 역사에서 음절말 '/s/ > [h]' 변이음이 실제로 존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범언어적 경향성에 기초한 개연성과 가능성을 갖췄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외국인의 한국어 전사 자료 등을 더 면밀히 검토해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이것으로 형태소 내부의 /s/가 후행 자음을 장음화(경음화)한 것은 설명할 수 있지만, 아래와 같은 어말 환경이나 형태소 경계에서 나타나는 실제 [ㄷ]의 음성적 실현은 설명하기 어렵다.

  • 휴지 앞: 빗[櫛] > [빋]
  • 자음 조사 앞: 것[物]-과 > [거꽈~걷꽈]
  • 단어 경계: 낮 동안 > [나똥안~낟똥안]
  • 단어 경계: 꽃 안에 > [꼬단에]
  • 합성어 경계: 젖-어미 > [저더미]
  • 사이시옷: 웃-어른 > [우더른]

이 사례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과정을 상정해야 한다.

[Cː]에서 /tC/로의 불완전 복구

'엇게', '깃겁-'과 같은 형태소 내부에 존재하는 /sC/의 경우에는 기저형이 /Cː/로 재구조화되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빗[櫛]'과 같이 어말에 /s/가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한다. 다음과 같은 대립을 어떤 차이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 '빗 ᄀᆞ타 [如櫛]' [piskʌtʰa > pihkʌtʰa > pikːʌtʰa 비ᄁᆞ타] : '비 ᄀᆞ타 [如雨]' [pigʌtʰa 비ᄀᆞ타]

'빗 ᄀᆞ타'와 '비 ᄀᆞ타'는 '[kː] : [g]'라는 음성적인 대립이 존재하는데, 언중은 이것을 선행 체언 '빗 : 비'의 말음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후행 요소 'ᄀᆞ타 [如]'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pikːʌtʰa] 라는 음성을 들었을 때의 화자의 머릿속에는 다음과 같은 빈칸('T' 자리에 들어갈 소리)을 채워야 한다.

  • [pikːʌtʰa] < /piT kʌtʰa/

그런데 같은 음성형 [pikːʌtʰa]를 도출할 수 있는 기저형은 유일하지 않다. /pis/ 말고도 /pit/ 또한 '/tC/ > [Cː]' 동화 과정을 통해서 동일한 [pikːʌtʰa]가 도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T'로서 가능한 후보는 적어도 두 가지가 된다.

  • T = /s/ 또는 T = /t/

여기서 어느 순간, 언중은 어떤 계기로 인해 후자를 선택하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즉 '빗 ᄀᆞ타 [如櫛]'의 기저형을 /pit kʌtʰa/로 분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빗'이 /pit/으로 재분석이 일어난 후에는, 조심스럽게 발음할 때 [빋 ᄀᆞ타]와 같이 [ㄷ] 발음을 포함하여 발음하거나, 휴지 앞에서 단독으로 나타날 때도 [pit̚]으로 발음할 동기가 생기게 된다.

여기서 "'T = /k/'나 'T = /p/'가 아니라 왜 굳이 'T = /t/'로 복구되었냐"고 물을 수 있다. 그것에 대한 설명은 설정음(coronal)이 범언어적으로 가장 '무표적인' 조음 위치라고 하는 주장("coronal unmarkedness")을 참고할 수 있다. 조음 위치 단서가 사라졌을 때 사람들이 흔히 그것을 설정음이라고 해석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설정음이 조음 위치 동화가 가장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 한국어에서 '못 가'는 흔히 [모까]로 완전 동화되지만, 반면에 '집 가'는 [*지까]로 발음나지는 않는 것을 들 수 있다.

고광모 (2023)에서는 어중의 /sk/가 된소리가 되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 VskV > Vst̚kV > VskkV > VkkV (고광모 2023:17)

반면에 나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제안하는 것이다.

  • /VskV/ > [VhkV] > [VkːV] > /VtkV/

즉, 어중의 /sk/는 [sk] > [hk] > [kː] 과정을 통해 된소리(장음화)로 변한다. 그 후, 그 된소리 [kː]가 형태소 경계에서 발생한 경우 /tk/의 음소 연쇄에서 온 것으로 재분석된다. 변화의 처음과 끝만 보면 결과론적으로 /s/가 /t/로 변하게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그 과정에서는 여러 단계의 음운 변화와 형태음운론적 재분석이 포함된 것이다.

합성어 내의 'ㅅ > ㄷ'

'젖어미', '웃어른'과 같은 합성어는 중세어에서 '졋어미', '웋-ㅅ#얼운'과 같은 형태에서 유래했을 텐데, 어떻게 /ㅅ/이 연음되어 현대어형 [*저서미, *우서른] 등으로 반영되지 않았는지 의아할 수도 있다. 아마 15세기 당시에는 '졋어미'는 [t͡ʃezəmi]와 같이 발음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용비어천가>에 다음과 같이 사이시옷이 모음 사이에서 'ㅿ'로 표기된 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逃亡애 命을 미드며 놀애예 일훔 미드니 英主ㅿ 알ᄑᆡ 내내 붓그리리 [용비어천가03:15b]
  • 天下애 功이 크샤ᄃᆡ 太子ㅿ 位 다ᄅᆞ거시늘 새벼리 나ᄌᆡ 도ᄃᆞ니 [용비어천가10:20a]

또한 '집-ㅅ#아비'에서 왔을 '짓아비'가 ([*지다비]가 아니라) 현대어 '지아비'로 반영되는 사실을 고려하면, 중간 단계 [*지ᅀᅡ비 > 지아비] 정도를 상정할 만하다. 그런데 동일한 구성의 '웃어른'의 경우에는 사이시옷이 [ㄷ]으로 반영되었다. 이 차이는 언중의 어원 의식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음절말 'ㅅ'이 'ㄷ'과 중화될 적에, '졎'은 새롭게 [젿]으로 발음되게 되었고, [젿#어미] ('#'는 휴지)에서 음성적 'ㄷ'이 새로 연음되어 발생한 [져더미]라는 발음이 기존의 [져ᅀᅥ미]를 대체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반면, '짓아비' > [*지ᅀᅡ비] 같은 경우 '집'의 'ㅂ' 말음이 탈락함에 따라 '집'과 관련된 어원 의식이 희미해졌고, 규칙적인 'ㅿ > ∅'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ㄷ'과 'ㅅ' 말음의 점진적 통합

그렇다면, 어느 순간 언중이 'T = /s/'에서 'T = /t/'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기중세15세기 중반16세기17세기 전후현대 한국어
환경/ㄷ$//ㅅ$//ㄷ$//ㅅ$//ㄷ$//ㅅ$//ㄷ$//ㅅ$//ㄷ$//ㅅ$/
_ ㅈ[ts:][ts:][ts:][ts:][ts:]
_ ㅅ[ts:][s:][s:][s:][s:][s:]
_ {ㄴ,ㅁ}[t~n][s~z][tn~n:][zn][n:][n:][n:]
기타 자음 앞[t][s][t~Q][s~h][t~Q][s~h~Q][t~Q][t~Q]
어말[t][s][t][s~h][t][s~h][t][t]
_V (조사)[t][s][t][s][t][s][t][s][s]

우리는 지난 글들(1, 2)에서 중세한국어의 'ㅅ'과 'ㄷ'의 실현 양상을 추적했다. 15세기 한국어의 선어말어미 '-ᅀᆞᇦ-'의 실현 양상을 토대로 전기 중세 한국어에서는 /ㄷㅅ/과 /ㅅㅅ/의 연쇄가 다르게 실현되었으리라고 추측했다. 이 시기에는 음절말 /ㅅ/과 /ㄷ/의 음성적 실현이 중화되는 환경은 '/ㅈ, ㅊ/앞'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글 자료가 시작되는 15세기 중반이 되면 (화석화된 환경을 제외하면) 'ㄷ'과 'ㅅ'이 /ㅅ/ 앞에서 [s:]로 지속성 동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측하였다. 그리고 16세기가 되면 /ㅅㄴ/, /ㅅㅁ/의 연쇄가 [n:]으로 통합되었다. 마침내 16세기 후반에는 이번에 논의한 것과 같이 /sC/ > [hC] > [Cː]로 인해 기타 자음 (ㄱ, ㄷ, ㅂ 등) 앞까지 /ㄷ/과 /ㅅ/의 통합 환경이 확대되었다.

이 상태까지 오면, 음절말의 /ㄷ/과 /ㅅ/이 음성적으로 대립하는 환경은 어말 환경밖에 남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 환경에서마저 음향적인 차이가 미세한 불파음 [t̚]와 약한 기식의 [h]의 대립이 되면서, 음절말의 /ㄷ/과 /ㅅ/을 음성적으로 구분할 단서는 사실상 남지 않게 된다. 이 상황에서 /ㅅ/과 /ㄷ/의 대립이 음절말 환경에서 중화된다고 재분석되기가 꽤 쉬웠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과정은 위의 표에 잘 정리되어 있다. 표에서 /Q/는 후행 자음을 장음화(경음화)하는 임시적인 표시로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음절말 /ㄷ/과 /ㅅ/ 대립의 중화는 한순간에 일어난 변화가 아니라, 적어도 수 세기에 걸쳐 일어난 음절말 /ㅅ/과 /ㄷ/의 점진적인 통합 과정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변화였던 것이다.

체언 말음 'ㄷ > ㅅ'의 변화

그런데 17세기 이후에도 /ㅅ/ 말음 체언과 /ㄷ/ 말음 체언의 대립은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 앞에서 계속되었다. 예컨대, 17~18세기 문헌 표기에도 'ᄠᅳᆮ[意]-을'은 'ᄯᅳ들~ᄯᅳᆺ들'로, '것[物]-이'는 '거시'로 나타난다. 이것은 단순한 의고적 표기로 보기 어렵다. 다음 음절로 말음이 연음되면서 더 이상 /ㅅ, ㄷ/이 음절말 위치를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화를 피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 한국어에서는 이 차이마저 [뜨슬], [거시]로 중화되어 /ㅅ/ 말음 체언과 /ㄷ/ 말음 체언을 구분하는 마지막 차이마저 사라져 버렸다. 이것은 위의 표에서 마지막 변화로 나타내어진다.

결론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해 보자. 범언어적으로 음절말은 강화보다는 약화가 일어나는 환경이다. 한국어에 일어난 음절말 'ㅅ > ㄷ' 변화는 이 범언어적 경향성에 반대되는 것처럼 보인다. 고광모(2012, 2023)가 이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설정한 중간 단계 [st̚]는 증거가 약함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범언어적 경향성에 따라 한국어의 음절말 'ㅅ'과 'ㄷ'의 대립이 중화되게 된 과정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그 동기는 한순간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 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변화의 결과임을 제안하였다.

참고문헌

가와사키 케이고(2015), 「15세기 한국어 속격 ‘-ㅅ’의 이표기들의 분포」, 『진단학보』 123.
고광모(2012), 「15세기 국어의 종성 ㅅ에 대하여」, 『국어학』 64.
고광모(2023), 「된소리의 발달」, 『언어학』 95.
권승욱(1946), 「ㄲ ㄸ ㅃ ㅆ ㅉ의 이름에 대한 고찰」, 『한글』 11(4).
정승철(2003), 「語頭子音群의 硬音化와 激音化」, 『한국문화』 32.
Bybee and Easterday(2019), Consonant strengthening: A crosslinguistic survey and articulatory proposal.
Ruch and Harrington (2014), Synchronic and diachronic factors in the change from pre-aspiration to post-aspiration in Andalusian Spanish.

  1. Indeed, Loughnane and Fedden (2011) propose that Oksapmin /ɸ/ derives historically from the collapse of /*p/ and /*f/ into a single phoneme in Proto-Oksapmin. Thus it appears that the evidence for fricatives strengthening to stops is much weaker than that for glides strengthening to obstruents. ↩︎

  2. '히읗'의 이름에 대해 권승욱(1946)에는 다음과 같은 서술이 있다 (한자 표기는 한글로 바꿈).
    "개인의 의사로 정한 것을 따르는 것보다 공식적으로 결정된 안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언문 철자법"의 규정을 따랐으며 그 중에서 퍽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ㅋ키윽"을 "ㅋ키읔"으로, "ㅎ히읏"을 "ㅎ히읏"으로 정한 것이다."
    여기서 "언문 철자법"은 조선총독부 학무국의 '언문 철자법' (1930년 2월)을 가리킨다. ↩︎

  3. 스페인어 /s/의 실현에 관한 지리적, 세대별 분포는 Ruch and Harrington (2014)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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